눈동냥 귀동냥으로 얻어낸 삶의 벗들을 情이란 놈으로 타협해 세상 돌아가는 틈바귀 언저리에 부끄럽게 얹어놓았다. 지루함이 범접하는 시간, 일상이 주춤거리는 시간, 재미에 가미(加味)가 필요한 시간에 색깔 다양한 간식거리가 되어줄 준비가 되어있다. 가끔 내비치는 한 컷의 그림에서는 별사탕 맛이 난다.
김미수 소설집 『모래인간』에는 마지막 여행에서 연인에게 살해될 것을 예감한 여인의 이야기인 「모래인간」, 자신을 떠나간 아내와 만나기 위해 쉼 없이 택시 운전을 하는 남자의 이야기인 「주황색 불빛」, 그리고 시력을 상실해가는 여자를 다룬 「소멸 연습」 등 아홉 편의 단편이 묶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