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33층 빌딩 꼭대기에서 연인을 기다리고 있다. 연인은 언제나 여유만만, 약속시간따위 지키지 않는다. 오 분 뒤 도착한 연인은 연인(戀人)이 아니라 연인(憐人)이다. 그것이 내 연애의 핵심이다. 백일 기념으로 고급 레스토랑에서 저녁식사를 하며 연인과 시간을 보내지만, 둘의 대화는 어딘가 삐걱거리기만 하는데.
내가 누구라고 생각해? 내가 뭐라고 생각해?
태어난 지 두 달도 못돼서 경매로 팔린 '나'는 대형마트의 동물병원에 진열된다. '세상에 나온 지 석 달 된 강아지'가 된 나는 어느 가족의 집에 입양되어 '몽이'라는 이름을 얻는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집에서도 버려지고, 유기견 센터에 갈 운명에 처하고 마는데.
다섯 평짜리 반지하 원룸, 재복은 옷을 챙겨 입고 집을 나선다. 방 한쪽에는 벗어버린 옷가지처럼 구겨진 여자가 있다. 베트남에서 온 마이. 이것은 꿈일까? 꿈처럼 흘러가는 마이와의 기억. 비가 오던 날, 재복은 마이의 비명인지 신음인지를 들으며, 결국... 꿈과 현실의 경계에서 비극의 자취를 따라가는 환상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