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장편소설 『황색 새의 발톱』(1993)을 발표하면서 문단에 등단, 이후 독특한 작품 세계를 이어온 작가 이명행이 3년여 만에 내놓는 신작 장편소설이다. 그동안 그는 그 세대의 작가 군에서 쉽사리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주제, 실험적인 이야기 형식, 플롯 전개에 적극성을 띤 다큐멘터리적 단문체의 문장 등 차별적인 요소로 평단의 주목을 받아왔다. 이번 책 역시 그러한 기대를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으며, 독자들이 조각난 그림들을 맞추어나가는 미완의 열린 글 읽기를 제안하고 있다.
작가는 비밀문서의 유출을 둘러싸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는 정보 분석관과 일간지 여기자, 이들이 꿈꾸는 폐쇄 공간 속 일탈된 욕망의 변주를 긴장감과 속도감을 유지하면서 추리소설적 수법으로 그려내고 있다. 21세기의 문명 세례를 톡톡히 받은 코드와 기호들이 책을 누빈다. 이를 통해 작가는 거짓말과 진실,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 속 리얼리티라는 이분법적 도식 속에 가로놓인 ‘존재의 의미’를 탐문하고 있다. 1993년, 일종의 국제정치소설이란 타이틀과 함께 시대에 대한 “사회과학적 인식을 치밀하게 소설적으로 재구성”하는 데 탁월한 성취를 보인 작품(『황색 새의 발톱』)이란 평, 그리고 1995년에, 신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근원적인 반성을 진지하게 문제 삼아 “합일 없는 매개의 윤리학”을 그려보인 작품(『우상의 숲』)이란 상찬에 이어 이번 『사이보그 나이트클럽』에서는 독자와 평단으로부터 어떤 시선을 거두어들일 수 있을지 자못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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