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종이 위에 무수히 적힌 사람들의 이야기를 볼 때면 나는 깨닫는다. 인생의 완벽한 순간은 불현듯 찾아오지 않는다고. 완벽한 순간을 맞이하기 위해 우리는 부지런히 빛나는 순간을 발견하고 기억해야 한다. 그렇게 붙잡은 작은 순간들이 퀼트의 자투리 천처럼 모여 우리의 장면을 그려내는 게 아닐까. -여는글 중에서
마음의 평안은 채움이 아닌 비움에서 비로소 시작된다고 믿어요. 글을 짓고 문장을 만들고 마침표를 찍어도 우리 인생이 딱히 달라지는 건 없지만 빈 화면을 까만 글자로 채우는 동안 만큼은 평안했기를 바래봅니다. 머릿속을 뱅글뱅글 돌아다녔던 무형의 감정을 글자로 엮어 쏟아냈으니 우리는 분명히 이 책의 무게만큼은 가벼워졌어요.